‌더 깊은 곳과 만나다.

개는 사람을 따르고, 고양이는 제 터를 따른다는 말이 있다.
‌주인이 떠난 빈 집을 그대로 지키며 살아간다는 고양이는, 그래서 자유, 혹은 독립 등의 수식어를 매달고 다닌다. 고양이의 이러한 모습은 그래서 한편으로 소통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이기도한다.
‌남영화의 개인전에서는 그런 고양이의 모습이 나타난다. 아무것도 보지 않겠다는 의지인 것처럼  두 눈은 텅 비어있고, 불빛이 있는 곳에서 는 실제로 고양이가 눈을 반짝이듯이 그 빈 구멍을 통해 빛을 발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눈 앞에 드러나는 대상을 가로막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 어쩌면 눈 앞의 대상과 직접 만나는 것을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대상과 하나가 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온몸으로 주변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눈빛으로 발하고 있는 작품의 구조는 바로 이러한 지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끝없는 자유로움은 언제나 고독을 담지하고 있고 그러한 고독은 항상 더욱 근원적인 깨달음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한 일면으로 어쩌면 작가가 고양이를 닮고자 하는것은 타자와의 관계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심연의 존재와 함께 호흡하려는 의지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는 끝까지 집을 지키고 싶어하는 것일까.
‌작품에는 극단의 자유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극한의 고요함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월간 미술세계-